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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지금 잘하고 있어?”_자고세 220609에 대한 기록
    공부 기록 2022. 6. 13. 14:57

    지난 9일(목) 저녁에 진행된 '자고세'(자본주의 고민 세미나)에서는 『체 게바라 혁명가의 삶 2』(존 리 앤더슨 지음, 허진·안성열 옮김, 열린책들, 2015. 구판은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 플래닛, 2010)을 20장부터 22장까지 읽었다. 사실 지난 두세 번의 세미나에서 다룬 내용은 혁명 전쟁이 급격히 진행되는 상황이라 따라가기 벅차고 재미가 덜했는데, 이번에 다룬 내용은 혁명 후 체가 착수했던 작업들과 그 속에 담긴 그의 사상을 담고 있어 무척 흥미로웠다(요약 발제문은 아래 첨부). 무엇보다 감탄스러웠던 것은 그의 넓은 시야. 그는 항상 혁명이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고, 늘 세계를 무대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그는 묻고 또 묻지 않았을까. 전선은 명확한가, 연대는 견고한가. 나 또한 참고할 부분.

    본문에서 짧게 지나갔지만 내 맘을 무겁게, 또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던 내용은 카밀로 시엔푸에고스의 죽음. 혁명 후, 한때 혁명동지였던 우베르 마토스가 휘하 장교들과 반혁명을 꾀한다고 의심한 피델은 카밀로에게 그들을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카밀로는 피델의 명령에 복종했고 마토스와 장교들도 별 저항 없이 체포되었다. 임무를 완수한 카밀로는 아바나로 돌아가기 위해 세스나기에 올랐고, 돌아오지 못했다. 비행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카밀로가 마토스와 공모했기 때문에, 혹은 카밀로의 인기가 너무 커져서 피델이 카밀로를 처리했다는 소문이 나왔다. 체는 소문을 일축했고, 계속 피델에게 충성했으며, 몇 년 뒤 태어난 장남의 이름을 '카밀로'라고 지어 친구를 추모했다.

    체 못지않은 털과 웃음의 카밀로 시엔푸에고스.


    진실은 무엇일까. 그의 죽음에는 쿠바 공군 오인 격추설, 미국 중앙정보국(CIA) 배후설 등 수많은 음모론이 따랐다. 7년 전 쿠바와 미국의 국교정상화로 미스터리가 풀릴지 궁금하다는 기사(황상철, 「[유레카] 사라진 혁명가」, 『한겨레』, 2015.10.04. 등록)를 발견했으나, 풀렸다는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날 울린 건, 저 기사의 한 토막.

    혁명에 성공하고 피델 카스트로가 병영을 학교로 개조하겠다는 내용의 연설을 한 뒤 “카밀로, 나 지금 잘하고 있어?” 하고 묻자, 그는 “잘하고 있어, 피델”이라고 답했다.


    혁명이란 무엇일까, 사람을 저버리면서까지 해야 하는 혁명이 과연 필요할까.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하려는 것을 과연 '혁명'이라 부를 수 있을까, 감히 '사랑'이라 부를 수는 있는 것일까. 나와 함께했던, 함께하는, 함께할 사람들에게 '나 지금 잘하고 있냐'고 물을 자격이 나에게 있을까, '잘하고 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무거운 건 또 이 때문.

    다음 세미나는 23장에서 24장까지, 6월 17일(금) 저녁에.


    [요약 발제문]

    20. 최고 검사


    쿠바 혁명 후, 피델은 미국과 때 이른 충돌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혁명이 온건해 보이게 만드는 것에 집중했고, 라울과 체는 비밀리에 쿠바 공산당과의 관계를 다지고 군대 내 피델의 권력 기반을 다지는 작업을 했다.

    체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남자’가 되었다. 그는 오래전에 의사로서의 길을 버렸다고 단언했다. 그의 친구와 지인들은 그에 대해 공포와 혐오를 느꼈다....

    체가 『레볼루시온』에 실린 「게릴라는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한 말이 흥미롭다. “게릴라는 근본적으로 무엇보다도 토지 혁명가다. 게릴라는 다수 농민 대중의 토지 소유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 자신들의 생산 수단, 가축, 그들이 여러 해 동안 그를 위해 싸워온 모든 것, 그들의 삶을 구성하며 또 그들의 묘지가 될 것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을 이해한다.”(625~626)

    체는 혁명세력이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고, 항상 밖으로 나가 국제무대에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21. “나의 역사적 임무


    체는 외교 및 통상 관계 강화를 위한 해외 순방을 떠난다. 인도에 머무를 때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자신의 “역사적 의무를 절감”한다고 고백한다. “제 내면에서는 개인적인 것과 대척점에 있는 집단적인 것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발전했습니다. 저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외톨이이며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저의 길을 찾고 있지만 이제는 저의 역사적 의무를 절감합니다. (....) 저는 삶의 무언가를, 제가 항상 느꼈던 강력한 내적 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주입할 수 있는 힘을, 그리고 제 임무에 대해서 정말로 숙명적인 인식을 느끼고 있으며, 이것은 저의 모든 두려움을 없애 줍니다.”(674)

    22. “우리가 바로 미래입니다


    체는 토지개혁청 업무뿐 아니라 쿠바 국립은행 총재 업무를 하면서 부대를 훈련시키기도 했다.... 당시 그가 부모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우리는 아메리카에서 가장 고귀한 순순한 역사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우리는 압니다, 우리가 바로 미래입니다. 우리는 개개인의 감정은 접어두고 행복하게 건설하고 있습니다.”(693)

    아바나 중앙에 32층짜리 국립은행 건물 신축 계획 때 일화 흥미롭다.... 건축가 킨타나는 선 넘고, 체는 신인류는 ‘희생’해서 화장실 덜 간다고.... 결국 안 세움....

    “새로운 쿠바에서 화폐는 더 이상 신성한 재화가 아니라 곧 사라질 자본주의 민간 기업 시대의 성가신 유물에 불과했다.”(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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