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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않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_190801출판 기록 2022. 6. 10. 13:56
취지
출판공동체 편않은 기존 출판의 권위적, 퇴행적 관행에 의문을 갖고 새로운 장을 열어 보자는 의도로 모였다. 우리에게 간절한 것은 결과로서의 좋은 책이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좋은 출판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각자가 각자일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함께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다음 가이드라인은 다른 존재를 만났을 때 함께 유념하면 좋을 사항들을 최소한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이 가이드라인은 누구에게나 개방됨으로써, 출판공동체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가치
우리는, 함께, 오래, 나아간다.
편않은 출판공동체임을 잊지 않는다. ‘출판’과 ‘공동체’, 방점을 어디에 찍어도 좋지만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위해 희생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출판을 위해 공동체가 희생되어서도, 공동체를 위해 출판이 희생되어서도 안 된다. 이것이 우리가 즐겁게 오래, 좋은 출판과 좋은 공동체를 향해 천천히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내부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
① 자신이 자신일 수 있음이 최우선이다.
이유) 다른 목적을 위해, 자신이 실종되는 일은 안 그래도 많다. 편않에서만큼은 자신이 자신일 수 있어야 한다.
② 타인이 타인이어야 함도 잊지 않는다.
이유) 타인은 자신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수단이 아니다. 이 단순하고 당연한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르거나 종종 잊는다. 우리도 마찬가지일 수 있으므로, 정신 바짝 차리고 서로를 존중하여야 한다.
③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 누구에게나 요청할 수 있으며, 누군가 도움이 필요해 보일 땐 누구나 언제든 도움을 제안할 수 있다.
이유) 능력과 의지는 천차만별이다. 혼자 할 수 있고 혼자 하고 싶다면, 굳이 편않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구태여 편않하고 싶다면,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여야 한다.
사례) 디자이너 P는 제n회 펺파 포스터에서 연달아 실수했다. 좀처럼 없는 일이었다. 홍보 번복과 인쇄비 추가 지출 등의 예상 밖 손실이 있었지만, 다른 편않러 모두 그의 능력과 열정, 선의 등을 믿어 의심치 않았으므로, 다 괜찮았다.
=> 실수가 있을 경우 편않러들의 동의하에 그냥 지나갈 수 있다. 다만 상황을 고려하여 적절한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1) 손님의 경우
① 평소 어떤 존재든 손님일 수 있음을 유념한다.
사례) 편않이 정기적으로 여는 ‘열린 편집회의’에 종종 오던 A씨는 『편집자는 편집을 하지 않는다』 n호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실 A씨는 편않이 운영하는 인스타 계정을 통해 편않과 ‘열린 편집회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② 손님의 액션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편않의 방식’으로 응대하되, 이 점을 상대방에게 밝힌다.
이유) 편않과 유관한 일을 하더라도 언제나 자신은 자신이어야 한다(내부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 ①항 참조). 따라서 자신이 살아온 대로, 자신이 생각하고 옳다고 믿는 대로 손님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다만 손님으로서는 어떤 부분까지가 편않의 공통된 입장인지 알기 어려우므로, 첨예하고 민감한 사안일수록 개인의 입장임을 밝힌다. 물론 그런 경우에도 편않은 배제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함께 숙고하여야 한다.
2) 동료의 경우
① 함께하는 작업이 함께하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유념한다.
이유) 기존 출판 작업은 대개가 저자 의존적이었다. 그러나 저자 혼자서는 책이 나올 수 없으며, 설사 나온다 해도 유통되거나 읽힐 수 없다. 이 말은 편집자 또는 디자이너(또는 인쇄소와 서점 등)에게 힘을 분배하자거나, 독자를 더욱 신경 쓰자는 말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다만 누구나 언제든 혼자일 수 없음을, 노동과 유희를 통해 항상 상기하자는 말이다.
② 최선을 다했으나 작업과정이 최악인 경우, 서로를 위해, 그리고 다음을 위해 해당 과정을 중단한다.
사례) 펺집자 P는 작가 A와 단행본 작업을 위해 오랜 시간 의견을 나누었지만, 작업 방식과 기획 의도 등의 재검토가 필요하겠다는 판단하에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
=> 이런 경우 편않러들은 작업 담당자의 의견과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며, 상황을 고려하여 함께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2019년 8월 1일,
편않과 함께, 지다율 씀
[각주]
- 1) 손님과 동료의 구분은 작업 여부에 의한 것이다. 여기서 작업이란 출판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것으로 저자와의 집필, 인쇄소 및 서점과의 거래 등을 포함한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저자, 인쇄소, 서점 등이 동료에 해당되겠지만, 손님 역시 언제든 동료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미-동료이므로, 이 구분은 항상 어떤 가능성을 가진다는 한계 아닌 한계가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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