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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은 개체가 아니라 공동체다"_SBI 편집자반 특강(220905)에 대한 기록
    출판 기록 2022. 9. 8. 16:42

    주제넘게도, 예비 편집자들 앞에서 떠들 기회가 생겼다. 누더기 같은 경력에 누더기 같은 발표 자료로 학생들께 누만 끼친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과공은 또 비례라, 5년간 내가 편않을 통해서, 동시에 편않이 나를 통해서 했던 '처음(들)'이 결코 무용하다 할 수는 없다. 그건 나에게도, 동지들에게도 못할 짓이다. 아무튼 기록을 위해, 지난 5일 오후 1시 반부터 4시 20분까지 약 3시간 동안 진행했던 서울출판예비학교(SBI) 편집자반 대상 특강 자료와 슬라이드별 메모들을 옮겨 둔다. 메모 내용은 현장 상황에 따라 풀어지기도 하고 새기도 했으나, 핵심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다만 특기할 것은 귀한 물음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는 점, 그리고 어떤 수강생 말에 대해 정말 궁금했는데 차마 못 물어본 것 또한 안타까웠다는 점. 하여 실제 이루어지지 못했던 두 가지 문답도 여기 적어 둔다(기실, '출판'과는 별 상관이 없는 내용이긴 하다).

    문답 1

    학생 1: 이제 시는 안 쓰나요? (강사 소개에서 "오랫동안 '시 쓰는 기자'가 되고 싶었으나, 끝내 시도 기사도 쓰지 못했다."라는 부분을 보고 물었다고 한다.)
    지다율: (우물쭈물하다) 네, 안 씁니다. (여기까지가 실제 한 말이고, 여기부터가 나중에라도 전하고 싶은 말이다.) 예전에도, 시를, 시만 쓰고 싶다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시 쓰는 기자'가 쓰는 시는, 결코 시에만 머무르는 시는 아닐 것이라고, 아니어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어쩌면 한 번도 시를 써 본 적도 없거니와, 또 어쩌면 지금도 어떤 시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문답 2

    학생 2: 대학에서 언론을 전공했고, 기자를 준비하기도 했는데요. 생각해 보니 인터넷에 널려 있는 자극적이고 불필요한 온라인 기사들을 쓰며 살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깊이 있는 책을 만드는 편집자가 되려고 여기 왔습니다. (3시간짜리 강의인데 아무리 애를 써도 2시간이 채 안 되었기에, 24명 학생들에게 여기 오기 전엔 무얼 했는지, 어떤 생각과 계기로 여기 왔는지, 앞으로 어떤 편집자가 되고 싶은지 등을 돌아가면서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다른 강사들 앞에서도 여러 번 했을 것 같은데, 내 역량 부족으로 학생들에게 못할 짓을 했다.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린다. 그리고, '학생 2'의 말은 내 기억과 감상 속의 말일 뿐 실제 그 학생의 고민과 생각을 그대로 담은 말이라고 할 수는 절대로 없다.)
    지다율: (학생 한 명 한 명이 말할 때마다 최대한 귀담아듣고 응원이나 추가 질문 등으로 적절히 반응하려 했으나, 중간중간 집중력이 떨어졌음을 고백해야겠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항에는 제대로 답하기도 어려웠고. 다만 '학생 2'의 말은 오히려 익숙해서, 너무도 익숙해서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음을 또 밝혀 둔다. 다음은 당시 하지 못했던 질문 혹은 당부.) 지금 하신 말씀으로는 그동안 어떤 고민을, 얼마나 오래 또 얼마나 깊이 하셨는지 감히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기자와 편집자의 대비에서, 저는 약간 의아함을 느낍니다. 어째서 기자는 최악의 경우 ─ 물론 더 최악을 우리는 목도한 적이 있습니다만 ─ 를 자신의 미래로 염려하고, 편집자는 최선의 경우 ─ 무엇이 최선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 를 자신의 미래로 상정하는지요? 제 첫 직장 생활이 너무나도 어이없게 끝나 버렸을 때, 그렇게 누더기 경력이 시작되어 크나큰 실의에 빠졌을 때, 어떤 형이 ─ 자신도 기자가 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심지어 나보다 늦게 합격했으면서 ─ 나에게 했던 말이 "기자가 너와 맞지 않나 보다"였는지, "기자는 네 길이 아닌가 보다"였는지는 이제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중요하지도 않고요. 다만 그 말이 당시 제게 얼마나 큰 상처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어리석게 들렸는지는 밝히고 싶습니다. 과연 저 사람은 기자의 역할과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일까, 내 역량과 기질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서 그것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고 하는 것일까, 가령,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이라면 나는 고작 그따위 인간 때문에 그따위 일을 겪고서 이 일을 그만둬야 했을까, 그러니까, 도대체 한국에서 기자란 어떤 종자이며 어떤 종자여야 하는가, 이 세태가 잘못되었다면, 내가,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지는 않을까, 그러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등등의 의문과 생각 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말이 길어져 버렸는데, 그렇다면, 편집자는 과연 어떤 직업일까요, 그리고 학생께서는 어떤 사람인가요? 그 직업의 역할과 본질을, 그리고 자신의 역량과 기질을, 잘 파악하시리라 믿습니다. 당연히 저와 다르게요. 부디 좋은 편집자, 좋은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출판공동체 편않의 지다율입니다.
    편않이 어떤 곳인지, 오늘 이 시간이 어떤 자리인지 어떻게 소개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일단, 작년에 만든 『격자시공: 편않, 4년의 기록』을 드리겠습니다.

    발표 제목은 방금 그 책에 제가 쓴 짧은 글의 제목이기도 한데요.
    초고(草稿)는 원래 초벌로 쓴 원고이지만, 저는 처음 초(初) 돌아볼 고(顧)를 써 보았습니다. 네, 말장난이지요.
    아무튼 제가 편않을 통해서, 동시에 편않이 저를 통해서 처음 했던 일들을 돌아보면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지금 이 순간들도 나중에 돌아볼 처음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시작 전에, 제가 여러분처럼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해서 무식한 소리를 할지도 모릅니다.
    해량해 주시면 좋겠고요.
    또 성격이 급하고 심장이 좀 안 좋아서 말이 빨라지거나 식은땀을 흘리는 등 이상징후를 보일지도 모르는데, 그럴 땐 워~ 워~ 진정시키고 또 격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면 언제든 무엇이든 편하게 치고 나와 주세요.
    제가 준비한 말들이 여러분 말씀보다 중요할 리는 없으니까요.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먼저, 지금 여러분 앞에 서 있는 지다율은 간단히 이런 사람입니다.
    저도 예전에 이런저런 강의를 들을 때, 강사 소개만큼 지루한 게 없었는데, 여러분도 그러시리라 생각합니다.
    특히나 저는 뭐 대단한 이력도 아니고요. 발표 자료처럼 경력도 누더기이고요.
    그저 이렇게 능력이 보잘것없고 경력도 일천한 사람이 지금 여러분 앞에 하나의 사례로서, 참조점이자 통과점으로 서 있다는 사실만 기억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편않 소개입니다.
    책들과 활동들 관련해서는 뒤에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보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동안 만든 책들을 먼저 함께 보시는 게 좋겠지요.

    처음엔 잡지를 주로 만들었습니다. 호수별로 이러한 주제들로 만들었고, 전국 독립서점에 무가지로 배포되었습니다. 왜 무료로 계속 만드느냐 이런 의문들, 반응들을 많이 접했는데요. 거기에 대한 답은 조금 전 나눠 드린 격자시공에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지다율의 개똥철학으로 인한 억지다, 그래도 당분간 잡지에서만큼은 억지 계속 부리고 싶다, 이 정도고요. 조금만 더 덧붙이자면, 모든 게 상품이 된 세상에 작은 틈 하나 내 보자, 이 잡지를 보고 이게 왜 무료지 하는 질문이 곧 견고한 시스템의 작은 균열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이었고요. 더 궁금하신 분은 책을 보아 주세요.

    종이 잡지는 이제 찾기 힘드시겠지만 조만간 기존 콘텐츠들을 홈페이지에 아카이빙할 계획이기 때문에 참고하시고요.
    이제 곧 8호, 또는 무한대호도 나오니 기대해 주세요.

    이런 글들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소소하게나마 회자되는 콘텐츠도 아주 더러 있고요. 가령, 5호에 실린 출판계 연봉 설문 분석 같은 글들이요.
    저는 이런 글들을 쓰기도 했습니다.
    맛보기로 조금씩만 살펴볼까요.

    1호에서부터 ‘격자로운 시공간’이라는 고정 인터뷰 코너가 시작되었고요.
    이 코너를 통해 딴짓의 세상, 쪽프레스, 영향력, 고기자, 장은정 평론가 등을 만났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창작자, 제작자들을 만날 계획이고요.

    3호 주제는 ‘비평’이었습니다. 참고로 1, 2호 주제는 각각 편집자, 디자이너였는데, 3호에서는 독자 중에서도 직업적 독자라고 해야 할까요, 어쩌면 가장 깊이, 또 어쩌면 가장 사무적으로 읽는 독자의 자세로서, 비평에 관심을 가져 봤던 거 같습니다. 이건 제가 기획한 콘텐츠로, 실제 한 서점에서 대담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실은 겁니다. 대담에는 당시 크릿터 편집자였고 지금은 안온북스 대표이기도 하신 서효인 시인, 그리고 장르문학 비평전문팀 텍스트릿 이지용 평론가, 일반 독자 리뷰 매거진 오글리의 김의환 제작자가 참여해 주셨습니다.

    4호부터 6호까지는 출판노동 트릴로지였고요. 각각 예비출판, 출판노동, 탈출판을 다루었습니다.
    특히 4호를 준비하면서 만난 예비출판인들이 시간이 흘러 출판노동을 하면서 직접 느낀 점을 공유해 주셨을 때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어떤 분은 최근 진행했던 열린 편집회의에도 참석하셔서 저희 일에 좋은 의견을 주기도 하셨고요.

    이 콘텐츠(https://www.notion.so/1-1374089-adb76e098e514a0e915e82b92d82bdc3)는 보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새도 아주 가끔씩, 출판계 관련 '오카방'에서 언급이 되어서요.
    약 3년 전 익명의 설문으로 진행되었던 ‘출판계 연봉 공개’ 결과(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TZlS7RrTteo0nZdR0ZfEtcICQQ5RK1TZcXsC-TxdQSs/edit#gid=770305815)를 분석한 콘텐츠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퀴즈, 제목의 '1374089'는 무슨 의미일까요?
    네, 출판계의 평균적인 연봉 상승 수준을 말합니다.
    초봉 2400 정도를 받는다고 했을 때, 저도 그랬고 여전히 그것도 못 받는 노동자들이 많다곤 합니다만, 이듬해에는 5~6% 정도 상승한다는 것이겠지요.
    물론 설문이 익명으로 진행된 점, 그리고 응답자가 당시 기준 약 500명으로 업계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봐주실 필요는 있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4~6호는 출판노동 트릴로지였고, 6호는 그 대미를 장식하는 ‘탈출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늘 어떤 회의가 있었어요.
    어떤 업계에 들어가기도 전에 냉소적이고 패배주의적인 사람들, 당분간은 일할 수밖에 없으면서 호시탐탐 도망칠 생각밖에 없는 사람들, 그리고 떠나서도 안도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
    이건 비단 출판업계만 말하는 것이 아니고 어느 정도 보편적인 인지상정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저는 ‘머물렀던 이들의 벗어남’이 아니라 ‘애초에 벗어나 있던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출판계와는 어쩌면 무관한 세 명, IT 보안 담당자, 핀테크 분야에서 일하는 UX/UI 디자이너, 그리고 외식업 종사자를 섭외하여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이들의 용어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조금만 읽어 볼까요.

    7호는 서점을 다루었습니다.
    이건 서문인데, 편않 동지들이 돌아가면서 쓰고 있고요, 자기 차례가 오면 질색을 하지만 쓰고 나면 다들 좋아한다는….
    이 글은 제가 질색하며 쓴 글이고요.
    (다 읽고 이진수에 대하여) 저는 이런 농담을 좋아합니다.

    지난해부터는 지속과 확장을 위해, 무가지뿐 아니라 단행본을 내고 활동을 더 많이 벌여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출판사 신고와 사업자 등록을 했고요, 아까 나눠 드린 『격자시공』은 저희의 첫 단행본입니다.

    이번에 야심차게, 음 저만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아무튼 제가 기획총괄을 맡은 <우리의 자리> 시리즈(http://www.yes24.com/Product/Goods/112072875)입니다. 저는 저널리즘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언론과 출판의 친연성과 공존 가능성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하고요. 그래서 이런 시리즈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우선 세 기자의 책을 폈고, 앞으로는 언론인과 출판인의 글들을 망라하여 시리즈를 이어 갈 생각입니다. 이 책들이 우리 사회의 저널리즘과 출판 정신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 보겠습니다.

    저희가 기획하여 펼친 활동들도 함께 보시겠습니다.

    기본적으로 펺파, 열린 편집회의, 대담 들이 있는데요. 펺파는 일종의 출간 파티로 잡지가 나올 때마다 콘텐츠 참여자들과 독자들이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노는 자리였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진행하지 못했고요. 열린 편집회의는 비정기적으로 저희 월례회의를 개방한 것인데, 이 역시 한동안 진행하지 못하다가 최근 8월 회의를 이렇게 진행했고 세 분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혹시 저희가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하신 분은 다음 기회에 오셔도 좋겠습니다. 대담은 기획 콘텐츠로 종종 활용했던 형식이고요.

    진행했던 활동 중 독립비평 세미나는 잠깐 같이 보면 좋겠습니다. 제가 또 야심차게 기획했지만 매몰찬 반응에 많이 아쉬웠던…. 취지는 독립출판물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것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비평이란 좌우지간 대상을 향하여 기우는 자세이며 금세 정신을 차리고 대상과 함께 오롯이 서려는 몸부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이 씬에서 무망한 일일까 등등이었습니다. 총 3기, 기수별로 ‘우울', ‘생산과 공급의 압도적인 비대칭', ‘퇴사'라는 주제로 진행해 보았는데, 결과적으론 처참히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엔 시즌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힘도 없고 자신이 없네요.

    지난해 말 첫 단행본을 내고 조금씩, 가시적으로 활동 반경이 넓어졌던 거 같은데요. <동아일보> 인터뷰도 하고, 팟캐스트에 출연도 하고, 올해에는 파주에디터스쿨 기획위원 활동, 그리고 연말에는 언리밋에도 나갑니다. 앞으로 더 활발히 해보겠습니다.

    이건 제가 감히 여러분께 해도 될 말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분명 할 필요없는 말들이겠지요. 그저 앞에 선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지나가셔도 좋고, 그래도 막 헛소리만 하는 건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하셔도 좋겠습니다. 짧게만 하겠습니다.

    첫째, 농담 많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말장난이요. 말을 이리저리 가지고 놀다 보면, 그게 어떤 아이디어가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둘째, 실패도 많이 해 보시고 거절도 많이 당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결코 저주가 아니라 오히려 축원입니다. 많은 것을 시도하면서도, 때론 심하게 무너져도, 다시 한 번 일어설 힘이 언제나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셋째,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사람들 만나고 일하다 보니 일 잘하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다정하고 친절했던 것 같습니다. 바쁘다고 말하느라 바빠지지 마시고, 동료들을 존중하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그게 자신을 존중하는 길인 것 같습니다.
    넷째, 어쩌다 보니 비슷하면서도 다른 업계들을 직접 거쳤고, 또 살다 보니 여러 업계의 사람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그런데 자기 업계는 다 좁대요. 업계는 원래 좁은 걸까요? 이런 말은 보통 폭력적으로 작동하죠. 이 업계에서 계속 일하려면 똑바로 처신해, 이 업장 떠나서 다른 업장 가려고 해도 소문 무시 못해, 그러니까 알아서 기어, 나한테, 이런 식으로요. 무시하세요. 특히 이런 말 하는 종자들, 내가 너 잘되겐 못해도 못되겐 할 수 있다는 작자들은 개무시하세요. 그런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네도 잘 못 나갑니다. 설사 지금은 잘나가 보여도, 그런 심보, 그런 태도와 행적들이 결국 자신의 발목을 잡을 겁니다.

    끝으로, 이런 말을 들어 보셨나요?
    철학자 고병권 선생님께서 쓰신 북클럽 자본이 작년에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을 수상했는데요, 그때 하신 말씀입니다.
    오랫동안 대안인문학 공동체 활동도 많이 하셨고, 코뮤니즘 관련한 책도 많이 쓰셨지만 저 책들을 쓰시면서 특히 더 기획자,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와의 관계를 깊이 생각해 보셨다고 해요.
    그래서 인터뷰 섭외가 왔을 때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조건으로만 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여러분도 그러신 것 같고, 앞으로도 계속 작가, 저자가 '짱'이라는 생각이 강하겠지요.
    저 말을 저자 아닌 사람이, 가령 저 같은 사람이 하면 어떻게 될까요?
    주제넘은 소리가 될 소지가 크겠지요.
    하지만, 어쩌면 다섯 번째 군소리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여러분만큼은 이렇게 생각하시면서 공부하고 일하면 좋겠습니다.
    책은 저자의 것이 아니다, 너만의 것이 아니다, 책은 우리의 것이다라고요.
    부끄럽지만, 혁명은 반역이지 반영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같이 농담하고, 실패하고, 존중하며 또 무시하고, 마침내, 함께 바꾸어 갈 분들을 기다립니다.
    편않 활동에 관심 있으신 분은 언제든 연락 주세요.
    주변분들에게도 많이 알려 주시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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