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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이 결코 원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살아남기_자고세 220715에 대한 기록
    공부 기록 2022. 7. 18. 17:16

    지난 금요일(7/15), 『체 게바라 혁명가의 삶 2』(존 리 앤더슨 지음, 허진·안성열 옮김, 열린책들, 2015. 구판은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 플래닛, 2010)을 드디어 마무리했다. 1176쪽(구판 기준)을 3개월에 걸쳐 다 읽었으니, 〈북클럽 『자본』〉만큼은 아닐지라도 대단원 또는 중단원의 막은 내렸다 할 수 있겠다. 나-우리는 이 책을 통과(痛過)하며, 동시에 이 책은 나-우리를 통과하며 어떤 상흔을 남겼는가. 모르긴 몰라도 내가 20대에 흠모했던 체 게바라와 지금 바라보는 체 게바라는 분명 다른 모습이라는 것. 그리고 또 언젠가, 아니 어쩌면 앞으로 꽤 자주 체 게바라를 떠올리고 찾게 될 거라는 것. 그건 아마 내가 그때도 여전히 뭔가 꿈꾸고 또 뭔가 시도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최근 정신이 좀 없어 긴말은 어렵고, 요약 발제문은 아래 첨부.)

    '자고세'(자본주의 고민 세미나)는 한 주 쉬고, 7월 27일(수) 저녁에 『스피박의 대담(가야트리 스피박 지음, 새러 하라쉼 편집, 이경순 옮김, 갈무리, 2006) 1장을 함께 읽는다. 그가 오래전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수준의 사전 정보밖에는 없고, 그의 글이 난해하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조금 두렵지만, 그래도 "스피박을 처음 읽는 이에게 가장 좋은 책은 『스피박의 대담』"이라는 카피에 속는 셈치고 넘어가 보려고 한다. 읽다 너무 어려우면 후보 중 하나였던 『읽기』(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지음, 안준범 옮김, 리시올, 2022)를 읽어 볼까도 생각 중인데, 이 책도 떠들어 보니 어려워 보이긴 매한가지다. 그래도 일단 가 보는 거지 뭐.


    [요약 발제문]

    28장. 후퇴는 없다


    콩고 철수. 체, “어쨌든 우리는 계속해야지. 어디서든.”(1000) 그는 계속 전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피델은 체가 쿠바로 돌아오기를 바랐지만 체는 남아메리카로 “곧장” 가고 싶다며 거절.

    체는 피델의 도움을 받아 다음 “대의를 위한 모험” 장소에 체스판을 펼친 다음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체는 언제나 궁극적으로는 아르헨티나로 돌아가고 싶어 했지만 아르헨티나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로 돌아갈 조건은 볼리비아에서 마련되어야 했다. 체는 이웃나라의 게릴라들이 볼리비아로 와서 전쟁에 합류한 다음 조국으로 돌아가 연합 게릴라 군대를 형성하며 전쟁을 퍼뜨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침내 아르헨티나에서 반란이 일어나면 그는 볼리비아를 떠나 아르헨티나 반란을 지휘할 것이었다.(1023)

    체는 머리카락을 뽑았다.... 이발사에게 “살살 하라”고 으르렁거리는 보레고에게 “빠져 있어!”.... 모근까지 뽑아야만 했고 그 고통은 온전히 체의 몫....(1037) 가족들과의 마지막 만남. 변장한 체는 “라몬 삼촌”으로서 아이들을 만났다. 다섯 살 알류샤는 체에게 다가와서 뺨에 보뽀를 하더니 알레이다에게 달려가면서 큰 소리로 속삭였다. “엄마, 저 아저씨가 날 좋아하나 봐요.”....(1040)

    29장. 불가피한 희생


    볼리바아에서의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게릴라가 너무 일찍 발각됐고, 전쟁은 부지불식간에 개시되었다. 체는 여러 가지 실수와 불운 속에서 전쟁을 계속해 나가야만 했다. 계속 싸우고 이동하면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체는 죽을 때까지 이러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터였다.(1056)

    기록의 변화. 체는 쿠바 투쟁에 대한 공개적인 글에서 “테러”라는 표현을 쓴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게릴라와 농민의 동맹을 일종의 목가적인 합동결혼식, 유기적인 공생관계로 묘사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생존이 달려 있었기 때문에 시적으로 포장할 여유가 없었다. 드브레와 부스토스의 체포로 체의 부대는 완벽히 고립되었지만, 체는 그 달(4월) 요약을 이상하리만치 낙관적인 결론으로 끝맺는다. “요컨대 게릴라 전쟁에 불가피한 위험을 고려한다면 모든 일이 평범하게 끝난 한 달이었다. 모든 전투원들이 게릴라로서 예비 테스트를 통과했고 사기도 높다.”(1062~1063)
    8월. “맨 처음 시작했던 6명 중에서 2명이 죽었고, 1명은 실종되었으며, 2명은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나는 통제할 수 없는 천식을 앓고 있다.” 체의 군단은 자주 길을 잃었고 가끔 정부군 순찰대와 접전을 벌였다. 바깥세상과의 유일한 통로는 아바나 무선통신을 듣는 것이었다. 체는 자신을 둘러싼 현실에서 달아나려는 듯이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노트에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생각을 채워 넣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 그가 매일 쓰는 일기에는 어두운 유머로 장식한 체념이 양념처럼 뿌려져 있었다. “게릴라로서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나이에 어쩔 수 없이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멀쩡하다.”(1068)
    9월. 게릴라들은 이틀 동안 풍경을 즐기듯 개활지를 가로지르며 천천히 걸어서 전진했다. “간 경색” 때문에 몸이 좋지 않았던 체는 몽상에 빠져 있는 듯했다. 그때 기록을 보면 체가 본인이 겪고 있는 고난에 이상하리만치 초연해져서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자신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목격자가 된 것만 같다. 그는 게릴라 전쟁의 신성한 규칙을 모조리 어기고 있었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한 정보도 파악하지 않고 농민들의 지원도 없이 정부군이 자신의 접근을 파악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는, 탁 트인 장소를 향해 전진했다.(1080~1081)

    10월 8일, 체는 붙잡혔다. 셀리치 중령과의 대화 중, 당신은 쿠바인이냐 아르헨티나인이냐는 질문에 “나는 쿠바인이고, 아르헨티나인이고, 볼리비아인이고, 페루인이고, 에콰도르인이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지.”
    10월 9일, 체는 죽는다. “나를 죽이러 온 걸 안다. 쏴라 비겁자야, 네가 죽이는 건 한 사람에 불과하다.”

    에필로그. 꿈과 저주


    체와 맞서 싸웠든 그와 함께 싸웠든 체를 알았던 사람들은 이상한 공생관계로 묶여 잇다. 그들 모두 체에게 일종의 존경심을 품고 있으며, 그가 죽은 이후 대다수는 만약 자신의 사망 기사가 난다면 아마 체와의 관계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다.(1109)

    체의 확고한 신념은 낭만적 열정과 냉철한 분석적 사고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훨씬 더 강력하게 빚어졌다. 이 역설적인 조합은 체가 신화에 가까운 존재가 된 비밀이지만, 또한 그에게 내재한 약점 ─ 교만과 순진함 ─ 의 원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체는 장대한 스케일로 전략을 인식하고 계산하는 데에는 뛰어났지만 현실 감각은 별로 없었다. 체는 큰 그림의 기본이 되는 작고 인간적인 요소를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체가 믿었던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를 실망시켰고, 그는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의 근본적인 성정을 바꾸어 “욕심 없는 공산주의자”가 되게 할 수 있을지 끝내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수 외에 사람들이 체를 기억할 때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은 신념과 의지력, 그가 직접 본보기를 보여준 희생이다.(1112)

    체는 죽음과 싸워서 이겼다. 체는 변하지 않는다. 그는 새로운 인간의 유일한 본보기가 되어 영원히 살아 있다. 사람들이 그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체 ─ 그들이 결코 원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살아남다.”(111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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