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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성한적 세계_150603
    writenowhere 2022. 4. 11. 09:18

    임성한적 세계

    나오는 대로 지껄인다. 기침이 터져 나오듯, 그럴 수밖에 없는 요즘.

     

    지금 여기는 메르스로 부들부들 떨고 있다. 떨면서 구성되는 공동체. 그 밖에 서려고 아등바등하는 구성원들. 바깥은 존재하는가. 어디, 가능하기나 한 건가. 전 세계는 이미 중동이 아닌가.

     

    재앙. 기침 하나도 용서받지 못하는 세상. 1차, 2차, 3차, ... 끝없이 이어지는 감염의 행렬들. '최초' 감염자라는 의미 없는 무자비한 낙인. 병이 있는 순간, 우리는 이미 그 병에 걸려 있다.

     

    격리라는 불가능한 처방. 격리하는 사람과 격리당하는 사람의 구분은 어떻게 가능한가. 각자는 서로에게 이미 노출되어 있고 닿아 있는데.

     

    마스크는 동이 났다. 우리는 안면 몰수하고, 살아야 한다. 1호선에서 우리는 마주치고 지나친다. 너는 수원으로, 나는 수원에서 온 사람들과 서울로. 그렇게 우리는 항상-이미 함께인데, 서로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기억하지도, 기억되지도 않는 얼굴들, 눈동자들.

     

    이 순간 중국 양쯔강에선 배가 침몰했고, 구조는 지지부진하단다. 우리는 아이들이었는데, 거기는 노인들이란다. 건강해야 해. 내 몸은 내가 지키는 거야. 면역력을 기르고, 청결을 유지하자.

     

    죽음은 원래 장난 같은 건가요,

    목숨이 그리 장난 같은가 보죠?

     

    불러서 갔을 뿐이야. 나는 우연히 네 뒤에, 네 옆에 서 있었어. 그런데 왜 내가, 내가  총에 맞아야 해?

    괜찮습니다. 예비군입니다. 현역은 벌써 맞았는데, 예비군은 이제야 맞지 말입니다.

     

    이 씨발, 임성한적 세계(오해하지 말아요. 기침소리일 뿐이에요).

    이 씨발, 씨발. 이 임성한, 임성한. 이 세계, 세계.

     

    종말은 하나하나 온다구요? 도미노처럼?

    그렇지, 하나가 넘어지는 순간 모두의 몰락은 이미 시작된 거지.

     

    저는 임성한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세계의 장난성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너의 죽음은 나의 죽음. 한국의 종말은 세계의 종말.

    안산의 슬픔은 그들만의 슬픔인가요?

     

    이 씨발. 자꾸 기침해서 미안해요. 앞으로 더 심해질 것 같아요. 당신은 부디 무탈하시길.


    병명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 결국 또 모두 앓는다는 사실, 개연성 따위 없는 현실, 생자필멸이라는 하나의 진실, 세계라는 장난, 삶이라는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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