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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위한 수음_100321writenowhere 2022. 4. 8. 08:18
writenowhere. 지금 여기서 지금 여기를 쓰고도 싶었고, 없는 곳에서 없는 곳에 대해 쓰(지 않)고도 싶었겠지. 그러니 이렇게도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여기저기 끼적인 게 이렇게나 많구나. 옮길 만한 게 있으면 여기 옮겨 두려 한다. 날짜가 확인되면 기입하고, 몇 마디 보태려고도 한다. 한때 문학이기를 바라기도 했으나 이제는 내가 먼저 포기해 버리는 것들, 그렇다고 다른 카테고리로 묶기에는 다소 애매한 것들, 그러니까 대충 '非-非文學', 문학이 아니며 문학이 아닌 것도 아닌,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자의 아무것도 아닌 글/쓰기.
죽음을 위한 수음
나는 자기 위해 수음을 했다 자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깨어 있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피곤하지만 정신은 깨어 있었다 필요 이상으로 예민해져 견딜 수 없었다 심장까지 빠르게 뛰었다 심장을 멈추기 위해 죽어야만 했다 나는 죽음 같은 수음을 한 뒤 수많은 정자를 낳았다 갈 곳 없는 정자들은 물기를 잃고 메말라 죽었다 탄생 직후의 죽음은 오히려 부러웠다 부러워하며, 잠이 들었다
[노트]
'수음'에 천착하고 있다고, 동아리에 들어갈 때 말했다. 군 복무 후 복학하고 들어간 동아리였으니 조금은 뒤늦었다 할 수 있을까. 그게 또 문학 창작 동아리였으니 조금은 낭만적이었다 할 수 있을까. 한동안 저런 주제(?)로 활자들을 양산하면서 술이나 먹다가, 그래도 졸업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그나마 관심 있던 기자직에 응시했는데, 그게 그만 덜컥 붙고 말았다. 어리둥절. 그것도 최종 면접 때 저 시(?)를 읊어서. 황당무계. 얼렁뚱땅 취업, 얼렁뚱땅 졸업, 얼렁뚱땅 퇴사. 얼렁얼렁뚱땅뚱따라뚱땅뚱따다다당. 계속되고 있다. 어쩌면 나는 여전히 저런 것에나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 보이는 것 아닐까. 그렇게 말해 버리는 것도 좋겠지, 나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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