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당신의 처음과 우리의 다음을 기다리며_170712
    writenowhere 2022. 4. 9. 09:35

    당신의 처음과 우리의 다음을 기다리며

    , 으로 시작하는 글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하는 일종의 '선언문'에서 말입니다. 모름지기 선언문이라면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정도로 시작하여,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정도로 끝맺어야 같으니까요. 그런데 탄식하듯 내뱉는 ""이라니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숙고하듯 새어 나오는 ""이라니요. 읽으시는 분들 눈에 믿음직하지는 않을 같네요. 소리는 대개 머뭇거림이고, 갈팡질팡이며, 모호함이니까요.

    , 그럼에도 굳이 소리로 번째 문단까지 열어 봅니다. 처음의 ''보다는 조금 낮게, 그리고 조금 길게. ----, 이런 느낌으로. 진언 같은 소리를 자꾸 내다 보니 시간은 하염없이 가고, 기어이 이런 반성이 깃듭니다. '처음' ''으로, '다음' ''으로 줄여 부르는 어느새 일상이 되어 버린 세상에서, 구태여 '' 꾹꾹 누르듯 발음하는 일은 어쩌면 미련한 짓은 아닐까 하고요. 한편으로는 미련한 짓을 혼자만 하는 것은 아니겠지 불안해하면서, 미련한 짓을 혼자만 수는 없지 결심도 해보면서.

    , 결국 번째 고집을 부리고 나자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드는군요. 딱히 말을 정해 놓은 아니었어요.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놓은 것도 아니었어요. 사과할게요. 미안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작은 결심만은 당신에게 다가갔으면. 어쩌면 지금 들리는 세상의 어떤 소리보다, 누군가 입을 열기 전의 숙고들, 그리고 입을 다문 후의 침묵들이 소중할 수도 있다고, 그리하여 수많은 ''들을 기다리며 가지런한 입술들을 우리는 바라보겠다고처음의 '' 다음의 '', 그리고 그다음에 ''들은 분명 다를 것이라는 믿음으로.


    [노트]

    선언문 같은 걸 쓰고 싶었나. 수신되지 않을 편지를 쓰고 싶었나. 편않 초기 멤버들은 블로그(이제는 쓰지 않는다)를 시작하면서 각자 짧은 글을 싣기로 했고, 나는 저런 걸 썼다. 5년 가까이 흘렀어도 저 생각으로 계속하고 있으니, 조금쯤은 대견하다 할 수 있을까. 그래, 거창한 시작은 가당치도 않지. 한 걸음씩 나아가고, 한 뼘씩 성장하기를 바랄 뿐. 그러니까 저 앙다문 입술이 언젠가 열릴 때까지, 나는 또 헷갈려하며 미안해야지, 머뭇거리며 믿음을 결심해야지.

     

    'writenowhe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성한적 세계_150603  (0) 2022.04.11
    죽음을 위한 수음_100321  (0) 2022.04.08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