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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다율도 궁금하세요....
    카테고리 없음 2022. 3. 19. 17:36

    도대체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하고 싶었던 것들과 할 수 있었던 것들, 그리고 해버렸던 것들을 모두 통과하고서야 지금의 나다. 오래 머뭇거리다 잠시 머물고, 겨우 발을 떼고서도 한참을 맴돌다가, 마지못해 뒷걸음치듯 나아간 결과가 겨우 이곳, 고작 나인 것이다. 동시에, 그간 통과하지 않은 모든 것들을 나 아닌 나에게 맡겨 둔 채 살아온 이 또한 결국 나인 것이다. 그러니 짚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썩 좋은 방법이 아닐지라도, 다소 지루하고 재미없을지라도, 지다율을 알려면 처음부터 짚어 보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다율이 궁금한 사람은, 누구보다 지다율이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 그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앞으로.

     

    • 학부 때 전공은 경영학인데 잘 모른다. 경제학에는 관심을 갖고 있다.
    • 부전공은 철학. 이 또한 잘 모르지만 여전히 관심을 갖고 공부 중이다.
    • 대학 때 시와 소설을 습작했는데, 형편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공모전에서 단편소설 하나가 심사평에 한 번 언급됐을 뿐 큰 소득은 없다. 창작이 안 되면 공부라도 한번 해 보자는 심정으로 대학원에 갔다. 오랫동안 열렬히 좋아했던 기형도를 연구해 보고 싶었는데 그럴 분위기가 아니어서 신동엽으로 석사 논문을 썼다. 사실 내가 관심 있는 사상을 위해 시인과 작품을 활용한 격이라 좋은 연구는 아니다. 그래도 어느 지방대 교수에 의해 통째로(오타까지) 표절당한 건 나름 연구 성과가 아닐까. 박사는 진학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 기자 체험을 몇 달간 했다. 정말 좋은 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제 성깔을 누르지 못했다. 여전히 불합리한 구조와 상대방 탓이라 생각하지만, 지금이라면 조금 다른 선택을 했을까, 조금 세련되게 대응했을까, 만일 그랬다면 나는 여전히 기자를 하고 있을까, 좋은 기자가 되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닐 것 같다. 나는 다시 돌아가도 그런 식으로밖에 대응하지 못했을 테고, 그러니까 그 뒤의 연쇄적인 가정은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다. 아쉬움이 짙고도 길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저널리즘을 고민하고 실천해 보고 싶다.
    •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2년 정도 일했다. 워낙 쓰레기 회사라 배운 건 없지만 얻은 건 있다. 그것도 귀한 인연을. 그때 만난 동지들을 주축으로 시작한 출판공동체 편않이 올해로 벌써 6년 차다. 독립잡지 「편집자는 편집을 하지 않는다」를 반년 간격으로, 그것도 무가지로 여덟 번(0~7호) 냈다. 작년에는 인터뷰집 『격자시공: 편않, 4년의 기록』도 출간했다. 올해에는 어떤 시리즈를 하나 론칭할 생각이다. 혼자만의 고민이 사실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실은 함께라서 더욱 풍성해지고 더욱 심원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계속 확인해 나가고 싶다. 그래서 친구들과 계속 책을 만들고 싶다. 책을 통해, 책과 함께 친구들을 계속 사귀고 싶다.
    • PR 업무를 3년 정도 했다. 유난히 다정함과 친절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들이었다. 다들 진짜 바쁜 건지, 바쁜 척을 하는 건지, 아무튼 다들 바빠 보였다. 다들 바쁘다고 말하느라 바쁜 것 같았다. 그런데 일을 잘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바쁘다는 사람일수록 놓치는 게 많았다. 놓친 것들을 수습하느라 그들은 또 바빴다. 놓치는 것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역시 사람이었다. 일할 때만큼은, 사적으로가 아니라 사무적으로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대체로 일도 잘했다. 그런 태도를 가진 기자들 몇몇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어땠을지, 반성하고 다짐한다, 다정하고 친절하게.
    • 웅크린 자들의 공동체 오도카니라 명명한 곳에 웅크린 지 벌써 1년 가까이 된다. 이곳의 정체성을 저널리즘스쿨이자 공부공동체라고 우선 정리했다. 현직자와 지망생, 그리고 시민들이 어우러져서 공부하고 실천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또한 어떤 분야든 모이는 사람들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함께 고민하고 노는 곳이 되기를 바랐다. 벌써 1년, 시간이 너무 빠르다. 길게 보느라 외려 걸음이 느려진 건 아닌지. 우행호시라. 더디게 걸어도 똑바로 보련다. 함께 걷고 함께 볼 친구들을 기다린다.

     

    더 긴 글로 쓰려다 상기와 같이 갈음한다, 일단.

    제안 주셨으면 하는 것들은 하기와 같다, 제발.

     

    • 생계 관련, 교정교열 외주 업무를 기다린다. 오도카니를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수익이 필요하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앉아서 글줄이나 읽는 것뿐이니 틀린 글 찾기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조건만 맞다면 윤문이나 대필도 시도해 봄 직하다.
    • 오도카니 관련, 출판언론계 종사자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강의나 워크숍을 진행해도 좋겠고, 그냥 한 번 놀아도 좋겠다. 장기적으로는 매체 창간도 염두에 두고 있다(우선 팀블로그라도....). 혹은 출간 제의도 환영하니 무엇이든 연락을 주십시오.
    • 연락은 odkn.jour.comm@gmail.com으로 부탁드립니다. 오도카니 활동에 관심 있는 분들을 웅크린 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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