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못 보자_자고세 220727에 대한 기록
어제 저녁(7/27)에 진행된 '자고세'(자본주의 고민 세미나)에서는 『스피박의 대담』(가야트리 스피박 지음, 새러 하라쉼 편집, 이경순 옮김, 갈무리, 2006) 1장을 함께 읽었다. 어렵다, 역시나(특히, 보편적 지식인이랑 단독적 지식인 이야기....). 지금 뭐라 정리할 수는 없겠고, 일단 계속 읽어 볼 생각이다. 김윤우 선생은 벌써부터 다 읽을 생각 말고 다음 주에 한 장 읽어 보고, 그때 괜찮으면 또 한 장 읽기로 하고, 그다음에 또.... 그래, 어차피 한 치 앞도 못 보는 인생, 세미나도 그래야겠지, 그럽시다, 그래요.
그래도 '교섭'(negotiation)이라는 용어는 새삼스레 흥미로웠다. 역자 서문에 의하면 교섭이란 "포스트식민주의, 맑스주의, 페미니스트 글 읽기를 아우르는 스피박의 주요 입장이자 하나의 전략"(20)이면서, "인간이 정착하지 않으면 안 되는 뭔가를 바꾸려고 하는 시도"라고 하는데,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자주 언급되는 '경계 가로지르기'랑 비슷한 것인지? 'negotiation'의 번역어가 '협상'이 아닌 '교섭'인 것도 좋고. '涉'은 건널 섭 자이기도 하고 피 흐르는 모양 첩 자이기도 하니, 그것 참 묘하다.
역자 서문에 출처 없이 인용된 스피박의 말은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아 여기 적어 둔다.
미국에서 여성학자가 종신재직권 싸움에 휘말려드는데.... 그 여성들이 여성에 대한 보편적인 억압을 이유로 내세워 사용할 때, 그들은 분명히 반투스탄(Bantustan)의 여성이나, 홍콩의 도시 하층 무산계급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고 저는 종종 주장해 왔습니다. 그 여성들은 인도의 조직화되지 않은 소작농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그 여성들은 종신재직권을 위한 매일 매일의 투쟁에서 제가 방금 말한 세 그룹의 여성의 위상을 더욱 열악하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여성들은 그렇다는 것을 의식조차 하지 않습니다.... 제게는 항상 단일 쟁점운동이 끔찍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페미니즘을 단일 쟁점의 운동, 뭔가 무서운 것으로 보게 된 것은 정말로 이러한 각도에서입니다. 그것의 모든 거대 내러티브적 설명이 결국에 가서는 우리들을 전체화와 대면시키기 때문입니다. 1
책 편집에 대해서. 교정이 잘 되지 않은 것 같다. 목차와 장 표제지에는 3장 제목이 "전략, 자기동일성, 글쓰기"인데, 정작 본문 들어가면서 나오는 제목과 쪽표제에는 "전략, 정체성, 글쓰기"로 되어 있다. 번역은, 그대로 믿어도 되는 걸까?
다음 세미나는 2장만, 8월 5일(금) 저녁에.
[발제문]
발제자: 김윤우
지은이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Gayatri Chakravorty Spivak)
1942년에 인도 서벵골 주 콜카타에서 태어났다. 1959년 콜카타 대학의 프레지던시 칼리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주해 1967년 코넬 대학에서 폴 드 만의 지도하에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년 자크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 영어 번역과 해제로 주목받았으며, 이어 「세 여성의 텍스트와 제국주의 비판」(1985)과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1988) 등을 필두로 한 적극적인 지적 개입 및 서발턴 연구 집단(Subaltern Studies Group) 소개 활동으로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을 탈구축하는 포스트식민 비평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오와 대학과 시카고 대학, 텍사스 대학, 피츠버그 대학 등을 거쳐 컬럼비아 대학 비교 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1980년대 중반 이래 인도 농촌 지역에 학교들을 설립해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비문해 성인과 아동을 교육하고 있다.
엮은이 새러 하라쉼 (Sarah Harasym)
저서로 Levinas and Lacan: The Missed Encounter 등이 있고 논문으로 Opening the Question [microform]: a Political Reading of Texts by Jacques Derrida, Gayatri Spivak, Roland Barthes, and Daphne Marlatt 등이 있다.
옮긴이 이경순
전남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고 동대학 대학원 영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부터 전남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현대문학/문화이론, 영어권문학, 현대영미소설을 가르치며. 미국 스탠퍼드 대학과 미주리 주립대학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현재 21세기 영어영문학회 회장, 한국영어영문학회 이사/편집위원, 비평과 이론학회 감사, 19세기 영어권문학연구이사로 활동 중이다.
포스트식민 연구(Post-colonial Studies)
- 오늘날 전지구적 관계에서 우리의 다양한 지적, 문화적 위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를 검토하고, 여기에 비판적 실천, 지배와 패권의 문제를 제고할 필요성을 제공한다.
- 문화적 담론의 진정한 세계화를 성취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면서, 중심과 주변의 경계를 없애고 “이분법”을 제거하여, 복잡하고 이질적인 사회들을 전 지구적으로 노정하는 작업
- 1980년대 초반의 대표 주자 3인: 에드워드 사이드, 호미 바바, 가야트리 스피박
포스트식민 비평의 현대사 검토
- 유럽중심주의와 그것의 문화적 인종차별주의를 향한 해체적 포스트식민 비판
- 전 지구적 자본주의와 포스트식민 의식이 나란히 출현, 포스트식민성 개념이 문화비평에서 크게 부상,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변화가 야기하는 전 지구적 관계에서의 변형들이 시사하는 개념적 필요성 공명
- 문화비평의 조정자로서 제3세계 출신의 학계지식인들(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식민주의의 주변부 목소리와 그 주체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스피박
- 포스트식민 연구 분야를 정교하고 복잡하게 전개
- 하위주체는 말할 수 있는가?: 하위주체가 국가와 시민사회의 엘리트 수준에서 아무런 발언권도 없이 구조화되고 있음을 역설. 하위주체는 어디까지나 담론의 대상이지 주체는 아니며, 사회적 엘리트와 비엘리트의 구분점을 넘어, “그 자체로서” 기표화할 수 없음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을 타자로 보려는 글쓰기(스스로가 어떤 존재인가를 성찰하게 하는 글쓰기) 시도
- 당대의 문화와 비평이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우리의 문학, 문화해석과 사유방식에 온존하는 식민주의 유산에 도전하는 사상가
- 후기구조주의의 탁월한 실천가? 해체이론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학자? 담론의 내부와 외부 제도를 언급하면서 서구 지식인의 전형을 해체하려 드는 새로운 지식인?
교섭(negotiation)
- 포스트식민주의, 맑스주의, 페미니스트 글 읽기를 아우르는 스피박의 주요 입장이자 하나의 전략
- 인간이 정착하지 않으면 안 되는 뭔가를 바꾸려고 하는 시도
- 자연스럽고 길들여진 문화의 세계에서 벗어나, 서로 단절되고 이질적인 요소들이 교섭하면 훌륭한 결과를 가져온다.
『스피박의 대담』
- 1984~1988년에 세 대륙(호주, 캐나다, 인도, 미국과 영국)에 걸쳐 행해지고 출판되고 방송되었던 12회의 대담식 토론을 책으로 엮은 것
- 국가와 국가, 문화와 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계선 넘기라는 주제, 그리고 경계선을 넘는 다양한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스피박의 정치성을 잘 보여 준다.
- “직접적인 경우를 투명하게 하지 말자”, “균질화”된 글쓰기는 사람들을 속일 수 있다, 적극적으로 사고하기, 익숙하거나 덜 익숙한 지적 영역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하는 일종의 진자 운동
1장 비평, 페미니즘, 제도
- 텍스트성 개념: 쓰이지 않은 것으로 상정되는 영역에서의, 세계의 세계화의 개념에 관련지어야 할 것. 객체화.
- 실천: 텍스트의 “공백”이기는 하지만 해석 가능한 텍스트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실천 내부에서의 불가피한 권력 분산을 검토하게 한다. 실천이란 환원될 수 없는 이론적 계기이므로, 어떤 실천이 행해져도 반드시 그 자체를 다소 강력한 이론의 한 예로서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
- 실천의 특권화가 실제로 이론의 전위주의에 못지않게 위험하다.
- 특수한 국민국가에 기원을 갖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보편적 지식인에 대한 반동으로서 단독적 지식인이 정의되고 있는가 어떤가를 가장 먼저 탐구해야 한다
- 지식인에 의해 재정의되는 학문실천은 야만의 행위, 난폭한 행위이다.
- 제도는 고립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제도와 대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순수한 학문의 장으로서의 제도의 정의는 그 자체가 고유한 것이 되기 위해 대항해야 할 보편의 정의에 거의 가깝다.
- 데리다: 철학적 전통을 외부에서보다는 내부에서 해체하고 있다.
데리다 작업 가운데, 자기의 학문적 생산을 묻는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상황에 그가 대단히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 비서양의 서양화 지향은 지상명령이 된다. 이 지향이 없었다면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
동양을 향한 유럽의식의 욕망의 내부에 사로잡히는 것은 그것이 나를 만들었기 때문, 그러나 동시에 이를 제거해 버리고자 한다.
- “우리들의 특권을 인식하면서 이를 버리는 것을 배운다.”
- 정신분석/반정신분석의 관점에서 여성의 문제에 대해 생각할 때, 정신분석 외부에서의 성적 주체로서의 여성의 구성이 제외된다.
[각주]
- 1) 볼드체는 원문, 밑줄은 본인.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