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혼자라도"_오저세 오뉴월에 대한 기록
지난 5월 16일, 이런 글로 시작을 위한 시작을 알렸다.
명색이 '저널리즘 스쿨'인데, 관련 활동이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부끄럽고요, 시작을 위해 일단 시작합니다.
역시나 읽고,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부터.
그런데 왜 그 첫발이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전 『한겨레』 기자)의 박사학위 논문일까요?
지난해 2월, 그가 오래 일했던 신문사를 떠나 학교로 옮긴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이런 걸 끄적인 적이 있습니다.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으로 설치는 건 검찰인가, 언론인가.
양비론이 주는 짜릿함도 좋고, 양시론이 주는 안온함도 좋다(동시에 둘 다 나쁘다).
수많은 대중을 단숨에 적으로 돌린 그의 한 마디가 선민의식의 발로였을지도 모른다만,
한국 저널리즘에 뚜렷이 남긴 그의 족적이야 쉽게 지울 수 없다.
10년 전 그가 움켜쥐었던 주먹, 가늘게 떨렸으나 결기 어렸던 목소리, 하지만 끝내 집어삼켰던 그 분노와 절제를 나는 기억한다.
좋은 기자였던 만큼, 좋은 교육자가 될 거라 믿는다.
정녕 그리 되기를."
실제로 그를 본 건 두 번뿐이지만,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는 명제를 인정한다면 그를 읽은 횟수는 제법 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오래 깊이 존경했고, 또 '한때'는 당황스럽기도 했고요. 그래도 연구자로서, 또 교육자로서 기대하는 마음은 여전하고요.
그래서 읽어 보려고요.
함께 읽어 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를 참고해 주세요.
물론 '처음'만 이럴 뿐, '다음'은 함께하는 분들과 정하는 겁니다.
❓ 모임 개요
- 시간: 5/25(수), 오후 8시~ (약 1시간 반 소요 예상)
- 공간: 각자의 공간에서 줌으로
- 텍스트: 「저널리즘의 새로운 과거와 오래된 미래, 복제 보도와 원천 보도」(안수찬, 고려대 박사학위 논문, 2021) 1~3장
*해당 텍스트는 고려대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읽을 수 있습니다.*
- 진행 방식: 요약 및 발제(순환제) 후 토론
🙏🏿 신청 및 문의는 DM 또는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 세미나 참여시, 공동체 유지비 월(4주 기준) 2만 원이 발생합니다(환불 불가). *
* 일정, 커리큘럼, 진행 방식 등 세부 내용은 세미나 내부 협의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한 달 하고도 한 주가 더 지나 지금, 이제야 해당 논문을 다 읽었다. 원래 2주 계획이었는데 배 이상이나 걸렸다니. 혼자라서 그랬다면 너무 핑계 같지만, 줄곧 혼자인 게 사실 안 힘든 건 아니고, 또 앞으로 계속 혼자일까 안 두려운 건 아니다. 아무튼, 읽어야지, 어떻게든.
이 논문에서 저자는 기자를 크게 일반 기자, 디지털 기자, 탐사 기자 세 부류로 나누고, 각 부류에 해당하는 기자들 몇에게 자신의 일상을 스스로 기록(다이어리 방법)하게 한 뒤, 그 기록을 설명(인터뷰 방법)하게 했다. 실상은 당연히 모르겠지만, 박사논문이 이렇게 쉽게(?) 쓰여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주 효율적으로 작성된 것 같다. 이는 분명 저자 자신이 오랫동안 기자로 일하면서 문제의식을 충분히 숙성시키고 확인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어찌 보면 그의 논지는 이제 와 새삼스럽지도 않은데, 결국 기자는 그리고 기사는 '원천성의 원칙'에서 출발하고 또 그곳에 다다라야 한다는, 어쩌면 빤하고 닳은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옳은' 말이 빤해지고 닳을 때까지 현실은 왜 변하지 않았는가? 아니, 왜 더 나빠지는가? 이런 의문이 논문 하나로 해소될 리는 만무하니 계속 궁구해 보아야겠지.
내친김에 안수찬 교수가 참여한 『저널리즘의 지형』도 찾아 읽었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그동안의 저널리즘 연구 성과와 향후 과제 등을 개괄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데 유익하다. 아래는 책 소개. 대부분 동의한다.
기자, 뉴스룸, 분야별 뉴스, 정치경제적 압력, 뉴스 효과, 저널리즘과 민주주의 등 모두 10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한국 언론의 전모를 그리고 있다. 저자들은 이 책을 쓰기 위해 지난 25년간 국내 유수의 학술지 12개에 게재됐던 언론 관련 논문 무려 1,200여 편을 면밀하게 검토했다.
학술 논문의 콘텐츠는 대중에게 거의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에서 한국의 기자와 뉴스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또한 언론 현장을 잘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취재보도 메커니즘과 사회적 파장을 현장감 있고 알기 쉽게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생과 대학원생의 교과서로는 물론이며 일반 대중 언론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다음 책은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윤리 - 진실, 투명성, 공동체』. 아무래도 나의 관심이 언론 사상 또는 저널리즘 윤리에 주로 쏠리기 때문인데, 제목에 있는 키워드들, '진실'과 '투명성' 그리고 특히 '공동체'가 나의 눈길을 끌었다(조만간 편않에서 나올 책들의 관심사이기도 하고). 또 이 책의 엮은이 중 한 명인 톰 로젠스틸은 내가 예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그새 개정 4판이 나오다니!)의 저자이기도 해서 신뢰가 간다. 나는 그 책을 통해 우리나라 언론인들(지망생들이 유독?!)이 그토록 추앙한 가치, 객관성·공정성·중립성 등이 저널리즘의 최고 목표일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건 신화(에 가깝)다. 그것은 끝내 획득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니라, 오직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만 의미를 지닌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고 저것들을 텅 빈 구호로만 외쳐서는 사태가 악화될 뿐이겠지.
아무튼, 다음 세미나는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윤리 - 진실, 투명성, 공동체』 1부, 6월 30일(목) 저녁에.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눌 동지들을 기다리겠다.